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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기
기우제: 마하미드 Pray for Rain: Mhamid | 2008–18 | 4’40”
Courtesy the Artist
Courtesy the Artist
작품 소개
<기우제: 마하미드>(2008-2018)는 정치생태학자 토마스 호머-딕슨(Thomas Homer-Dixon)이 제기한 물 부족이 인류의 폭력과 갈등을 촉발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환경적 결핍이 초래한 정신적·정치적 메마름에 주목하며, 그 균열을 봉합하기 위해 스스로 샤먼이 되어 사하라 사막의 초입 모로코 마하미드에서 기우제를 수행한다.
이 퍼포먼스의 핵심 재료는 ‘바셀린’이다. 바셀린은 작가가 어린 시절 화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직접 체험한 물질로, 작품 안에서 상처 입은 대지와 공동체를 감싸고 아물게 하는 치유의 메타포로 작동한다. 작가는 한국 민속신앙에서 우천(雨天)의 매개체로 여겨져 온 도마뱀을 바셀린과 왁스로 만들고, 이를 불로 녹아내며 전통적인 ‘도마뱀 살해 의례’를 현대의 재료와 언어로 다시 호출한다. 이어 서양 연금술의 네 가지 원소—물, 불, 공기, 대지—를 상징하는 삼각형 틀에 바셀린과 왁스를 흘려 넣어 다시 굳힌 뒤, 그것을 물이 향하는 방향으로 배치하고 땅속에 묻으며 의례를 마무리한다. 동서양의 샤머니즘을 횡단하는 이 주술적 퍼포먼스는 역사적 갈등을 해소하고, 메마른 대지에 다시 보습을 돌려주고자 하는 염원을 감각적 의례로 가시화한다. 나아가 이 작업은 단순한 ‘물’의 결핍을 넘어, 관계와 정치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상상력을 촉구하며 인간과 비인간, 지역과 문화 사이의 새로운 접속 가능성을 탐색한다.
작가 소개
백정기는 2007년부터 자연과 치유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과학적 실험과 예술적 창의, 그리고 관습적 미신을 융합해 인류와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그의 작업은 물질의 물리적 속성과 상징적 의미를 동시에 다루며 자연을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 행위자로 포착하는 것에 주목한다. 특히 실재의 일부를 매개로 자연의 고유한 현존성을 담아내는 독창적 세계를 구축한다. 백정기는 아라리오 갤러리(2023), 스페이스 윌링앤딜링(2021), OCI 미술관(2019)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서울시립미술관(2026), 대구미술관(2024),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24), 국립현대미술관(2014)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