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CT
폼 분썸비차
레몬그라스 소녀 Lemongrass Girl | 2021 | 17’34”
Courtesy the Artist
Courtesy the Artist
작품 소개
〈레몬그라스 소녀〉(2021)는 영화 촬영 현장을 무대로 태국의 오래된 미신을 허구적으로 재현하며, 하나의 신화가 형성되는 복합적인 과정을 탐구한다. 영화 속 배우와 스태프들은 자기 자신을 연기하며 각자의 현실을 수행하는 동시에, 태국 영화 제작 문화 특유의 이면을 가감 없이 모방한다. 촬영 현장에서 ‘레몬그라스 소녀’가 된다는 것은 주체성과 권한을 완전히 박탈당한 위치에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실제 비가 오는지와 상관없이 끊임없는 조롱과 은밀한 모욕의 대상이 된다. 작품은 레몬그라스 소녀의 허구적 서사와 아노차 수위차꼰퐁(Anocha Suwichakornpong) 감독의 영화 〈이리로 와〉 제작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적 층위를 병치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두 서사는 점차 분리되고, 영화를 만드는 실제 과정이 신화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다. 결국 레몬그라스 소녀는 화면에서 자취를 감추고 스태프와 배우들의 대화 속에만 유령처럼 남겨진다. 미신에 대한 믿음이나 그녀의 존재 여부와는 무관하게 촬영은 계속된다. 〈레몬그라스 소녀〉는 개인이 자신의 서사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되는 무력한 상태를 조명한다. 나아가 태국 사회의 가장 일상적인 층위에 괴롭힘과 종속의 구조가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여성을 어떻게 자기 배제와 자기 소거의 지점으로 밀어넣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처녀성이라는 개념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는 문화 속에서 진실은 주관적인 영역으로 밀려나며, 결국 레몬그라스 소녀의 이야기를 비롯한 모든 서사가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 소개
태국 방콕 출신의 독립 영화감독 폼 분썸비차는 다큐멘터리와 허구를 결합하여 젠더, 권력 구조, 문화, 전통이 교차하는 지점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그는 주로 개인과 집단의 신체를 통제하고 규정하려는 사회적 규범과 시스템에 도전해 왔다. 분썸비차의 영화는 우리 사이의 상호 연결성을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방식으로 사유하게 하며, 집단적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뉴욕현대미술관 다큐멘터리 포트나이트, 몬트리올 누보 시네마 영화제, BFI 런던 영화제, 함부르크 국제단편영화제,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인디리스보아 국제영화제, 싱가포르 국제영화제, 씨쇼츠 단편영화제 등에서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