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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브로타에스


비: 텍스트를 위한 프로젝트 La Pluie: Projet pour un texte | 1969 | 2’
Courtesy Estate Marcel Broodthaers


<비 (텍스트를 위한 프로젝트)>에서 마르셀 브로타에스는 빗속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 글쓰기를 시도한다. 빗줄기가 거세질수록 물이 종이 위로 번져 잉크를 흐트려뜨리고, 단어가 완전히 형성되기도 전에 지워버린다다. 이 행위는 조용한 부조리로 변해간다. 비가 글쓰기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음에도, 작가는 끝까지 그 제스처를 멈추지 않는다. 시인으로서의 이력을 바탕으로, 브로타에스는 글쓰기를 의미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시각적 행위이자 시적 제스처로 전환한다. 자연의 힘 앞에서 언어는 서서히 해체되고, 의도는 중단된다.  <장면 I: 폭우> 챕터에 놓인 이 작품은 강우를 인간의 의지를 가로지르는 근원적 힘으로 드러내며, 사유와 표현, 자연 사이의 취약한 관계를 가시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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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브로타에스는 벨기에 출신의 시인, 사진작가, 영화작가이자 예술가로, 문학과 시각예술을 넘나들며 활동했다. 자신의 사진을 곁들인 텍스트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1964년 브뤼셀의 갤러리 생로랑에서 열린 전시를 계기로 시각예술로 본격 전환했다. 이 전시에서 그는 팔리지 않은 자신의 시집 《Pense-Bête(기억 메모)》를 석고로 봉인해, 인쇄된 페이지를 조각적 형태로 변환했다. 브로타에스는 영화, 사진, 드로잉, 판화, 아티스트북, 슬라이드 프로젝션,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언어와 이미지, 의미 체계 사이의 불안정한 관계를 탐구했으며, 문화 제도가 가치와 권위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했다. 1968년에는 자신의 집에 가상의 미술관 '현대 미술관, 독수리부(Museum of Modern Art, Department of Eagles)'를 열었고, 이 프로젝트는 1972년까지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섹션으로 확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