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II: 흐르는 영토

스크린 2                                                   

유키 키하라

다윈 드래그 Darwin Drag | 2025 | 6’15”
Courtesy of Yuki Kihara and Milford Galleries, Aotearoa New Zealand



작품
소개
〈다윈 드래그〉(2025)는 로스 브룩스의 최신 연구에 기반하며, 찰스 다윈(1809–1882)이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 감수성을 반영하여 진화론의 일부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들여다본다. 다윈은 동물의 동성 간 끌림이나 비이성애적 행동을 드물거나 예외적인 현상으로 치부했는데, 이는 당대의 사회적 관습에 깊이 영향받은 관점으로 이해된다. 작품은 이렇듯 과학적 탐구와 문화적 제약 사이에 존재했던 역사적 긴장 관계를 재조명한다. 작품 속에서 유키 키하라는 특수 분장을 통해 다윈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사모아의 저명한 드래그 퍼포머 버크위트와의 상상적 만남을 연출한다. 이 사변적 교환 속에서 다윈은 자연계의 퀴어적 행동이 억압되어 온 역사를 성찰하며 지식과 비밀, 사회적 순응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낸다. 또한 작품은 사모아 군도 주변 해역에 서식하며 성적 특성이 유동적인 해양 생물들, 흰동가리와 파랑비늘돔을 등장시키는데, 이들의 생태적 가변성은 사모아 문화의 제3의 성인 ‘파아파피네(fa’afafine)’ 개념과 중첩된다. 〈장면 II: 흐르는 영토〉에 포함된 이 작품은 해류와 종(種), 문화가 투과성 있는 경계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해양 생태의 맥락 안에 이러한 유동적 정체성들을 위치시킨다.


작가 소개
유키 키하라는 사모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본-사모아계 예술가로, 그의 다학제적 실천은 식민지 역사의 지속적인 유산과 현대 문화 속 사회정치적 공명을 탐구한다. 퍼포먼스, 사진, 영상, 조각, 직물, 큐레이토리얼 프로젝트를 넘나드는 그는 사모아의 미학과 지식 체계를 토대로 주류 역사 서사를 원주민의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그의 작업은 사모아를 비롯한 모아나 태평양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한다. 현지에서 기획되면서도 국제적 유통을 염두에 둔 그의 프로젝트들은 전 세계 예술·학문 담론에 진입하는 동시에 작업의 뿌리인 커뮤니티에 대한 문화적 책임 의식을 견고히 유지한다. 키하라는 2008년 마나하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선보인 《살아있는 사진들》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며, 2022년에는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 대표 작가로 참여해 《파라다이스 캠프》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현재 베니스 카 포스카리 대학교 NICHE의 생태 예술 실천 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